책: 《영원한 소년의 정신: 하루키 읽는 법》 | 지은이: 양자오
들어가는 말_어른의 세계에 발 디디기를 거부하는 '영원한 소년' ― 무라카미 하루키가 진정으로 창조해낸 것
이것은 독특한 독서 경험으로 보통 책을 읽을 때 첫 번째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집중해서 읽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마치 책 속에서 산책을 하다가 어느 상점 앞에서 정신이 팔리는 것과 비슷하다. 쇼윈도에 놓인 여러 가지 물건을 보고 우리는 망설이며 생각한다. 계속 갈까, 아니면 멈추고 이 가게에 들어갈까?
얼핏 보면 위 문단에 틀린 점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말에서는 굳이 조사를 안 써도 된다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을/를/이/가'를 친절하게 붙여주었다가 오히려 문장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 면에서 '산책을 하다가'는 그냥 '산책하다가'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과도한 조사 사용은 주로 한자어가 결합된 동사에서 이루어진다. '식사하다'가 '식사를 하다'로 바뀌거나, '전진하면서'가 '전진을 하면서' 등으로 바뀐다. 그러니 문장을 쓸 때 습관적으로 조사가 쓰인 건 아닌지 꼭 검토해야 한다.
또 하나 위 문단의 개선점은 '쇼윈도'를 '진열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쇼윈도'는 행정 분야 순화 용어이지만 여전히 언론이나 책에서 그대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순화어를 권장하는 이유는 언어의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회에서 의사소통이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 계층만 이해할 수 있는 말보다는 다수에게 친근한 말을 주로 사용해야 한다.
하루키의 소설로 인해 특별한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타이완에서 그의 소설을 모방하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초 '신인류 소설'이라 불린 작품 중에 '짝퉁 하루키'가 넘쳐났다. 확실히 그 작가들은 하루키를 읽고 그의 소설 속 분위기와 어조에 매료되어 펜만 들면 그런 것을 써내곤 했다.
첫 번째 문장에 보면 '~로 인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에 대해', '~에 관해', '~에 한해' 와 마찬가지로 일본어 투 표현이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이 말을 아무런 반성 없이 무차별하게 쓰고 있다. 당장 '로 인해'라는 검색어를 입력해보면 '실수로 인해', '오해로 인해', '코로나로 인해', '감염으로 인해',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로 인해' 등 수도 없이 사례가 나온다.
광범위하게 쓰이는 만큼 하루 빨리 다듬어야 할 표현이다. 우리말로 '~때문에'라고 바꾸면 된다. 꼭 한자어를 써야 유식하다는 인식을 버리자.
위 문단에서 또 다듬어야 할 말은 '해프닝'이다. 이 말은 언론 분야 순화 용어인 촌극, 우발 사건, 웃음거리 등으로 문맥에 맞게 고쳐 쓰면 된다. 해프닝은 드라마, 예능, 케이팝 가사에 흔히 등장하는 말이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만큼은 순화어를 쓰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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