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주고받을 때 상대방이 틀린 맞춤법을 쓰면 호감이 떨어진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이 결과에 공감한 많은 사람 중에서도 자신이 맞춤법을 맞게 썼는지 고민하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웬지'로 쓸지 '왠지'로 쓸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맞는지 그리고 이유는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왠지는 줄임말
맞춤법이 헷갈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형태소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형태소는 뜻을 지닌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예를 들어 '나무'는 한 개의 형태소로 이루어진 낱말입니다. 만약 '나'와 '무'로 쪼개면 그 자체에는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뜻하는 '나'와, 채소 '무'와는 소리만 같을 뿐이므로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초가을'은 초반을 뜻하는 '초'에 계절을 뜻하는 '가을'이 더해진 말이므로 두 개의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왠지'는 어떨까요?
왜인지=왠지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왠지'가 '왜인지'가 줄어든 말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예문]
그 이야기를 듣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내는 왠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매일 만나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왠지 멋있어 보인다.
술은 알맞게 취했으나 왠지 기분은 유쾌하지 않았다.
경민은 그녀가 울기 시작하자 왠지 그녀의 말이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홍성원, 육이오≫
담임 선생님을 까닭 없이 흉보며 골목길을 내려오던 철은 왠지 가슴이 섬뜩해 걸음을 멈추었다.≪이문열, 변경≫
웬지가 아닌 문법 설명
'웬지'의 '웬'은 '어떠한', '어찌 된'을 뜻하므로 '왠지'의 자리에 '웬지'를 써도 되는 건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품사를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왠지'를 '왜인지'로 풀어서 생각해봅시다. '왜'는 부사, '이다'는 조사입니다. '이다'의 뜻을 찾아보면 부사 뒤에 붙어 주체의 행동이나 상태에 대한 양상을 나타내는 서술격 조사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사인 '왜'와 '이다'의 변형인 '인지'의 결합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웬'의 품사는 관형사입니다. 관형사 뒤에는 명사, 대명사, 수사만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웬'과 '이다'의 결합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웬지'가 아니라 '왠지'가 맞습니다.
'웬'이 맞을 때
하지만 늘 '왠'으로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명사, 대명사, 수사 등 체언 또는 체언형을 수식하는 구조에서는 '웬'으로 써야 합니다.
‘웬 사람이 널 찾아왔어.’나 ‘웬일로 그러지?’가 그렇습니다. 이 문장들을 보면 '웬' 뒤에 '사람', '일' 등 체언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된'이라는 의미로 쓰인 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문]
웬 영문인지 모르다.
웬 까닭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
웬 걱정이 그리 많아?
이게 웬 날벼락이람.
이제 곧 봄인데, 웬 눈이 이렇게 내리니?
'어떠한'이라는 의미로 쓰인 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문]
골목에서 웬 사내와 마주치다.
웬 놈이야, 떠드는 놈이?
개가 짖는 바람에 그는 웬 낯선 사람이 오는가 해서 나왔다.≪이기영, 고향≫
일상에서 흔히 쓰는 관용구 '웬 떡이냐'를 기억하면 헷갈리지 않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웬지'가 아니라 '왠지'가 맞고 체언을 수식할 때는 '웬'이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김동영 지음)에 나온 예문을 보여드리고 글을 마칩니다.
-엄마에게 돈을 드린 건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였다.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시베리아나 핀란드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별이었지만, 런던의 그리 선명하지 않은 밤하늘 위로 근근이 빛나는 별들이 왠지 아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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